TEWL이란? 피부 수분 손실을 이해하면 보습법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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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WL이란? 피부 수분 손실을 이해하면 보습법이 달라진다

보습제를 발라도 피부가 당긴다면, 수분을 더 넣기보다 빠져나가는 속도부터 봐야 합니다. TEWL이라는 렌즈로 보습을 다시 봅니다.

보습제를 바르는데도 피부가 당긴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수분을 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입니다.

피부과학에서는 이것을 TEWL(Transepidermal Water Loss, 경피수분손실량)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이 개념 하나만 제대로 이해해 보겠습니다. 이것을 알면 보습 루틴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TEWL이 뭔가요?

TEWL은 피부 안쪽의 수분이 표피를 통과해 공기 중으로 증발하는 양입니다. 단위는 g/m²/h이며, 1시간 동안 피부 1제곱미터에서 몇 그램의 물이 빠져나가는지를 측정합니다.

건강한 피부의 TEWL은 보통 4–9 g/m²/h 수준입니다 (Kottner et al., 2013).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 수치가 눈에 띄게 올라간다는 것은 피부 장벽 어딘가에 빈틈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컵에 물을 채우는데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으면, 아무리 부어도 금방 줄어듭니다. TEWL이 높은 피부에 보습제를 바르는 것은 구멍 뚫린 컵에 물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TEWL이 높아지면 피부에 무슨 일이 생기나요?

TEWL 수치가 올라가면 피부는 연쇄적으로 반응합니다.

건조와 당김 — 각질층의 수분 함량이 떨어지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미세 각질이 일어납니다.

과잉 피지 분비 — 여기가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장벽이 손상되면 피부는 이것을 보상하려고 피지를 더 분비합니다 (Li et al., 2025). 실제로 여드름 환자는 일반인 대비 TEWL(13.16 vs 10.63 g/m²/h)과 피지량 모두 유의하게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Elgamal et al., 2024). 지성 피부인 줄 알았는데 실은 수분 손실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민감도 상승 — 장벽이 약해지면 외부 자극(자외선, 미세먼지, 세정 성분)이 더 쉽게 침투합니다. 같은 제품을 써도 갑자기 따갑거나 붉어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왜 수분을 ‘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할까요?

보습에는 크게 세 가지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습윤(Humectant) — 수분을 끌어당기는 것. 히알루론산, 글리세린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습윤제만 쓰면 건조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피부 속 수분을 끌어올려 증발시킬 수 있습니다 (Purnamawati et al., 2017).

밀폐(Occlusive) — 피부 위에 막을 씌워 증발을 차단하는 것. 바셀린, 시어버터, 스쿠알란이 대표적입니다.

유화(Emollient) — 각질 사이를 메워 피부결을 매끄럽게 하는 것. 세라마이드, 지방산, 콜레스테롤이 이 역할을 합니다. 참고로 건강한 피부 장벽의 세포간 지질은 세라마이드:콜레스테롤:지방산이 약 3:1:1 비율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비율을 모방한 보습제가 장벽 회복을 가속화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Zettersten et al., 1997).

TEWL을 실질적으로 낮추려면, 습윤제로 수분을 공급하는 것 그리고 밀폐·유화 성분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반쪽입니다.

창업자의 경험
한동안 저는 좋다는 보습제를 종류별로 쌓아두고 발랐습니다. 그런데도 늘 피부가 당겼습니다. 강한 각질 제거와 고함량 성분으로 장벽을 깎아낸 탓에, 아무리 수분을 넣어도 그대로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엇을 더 바를까’라는 질문을 ‘무엇이 수분을 못 잡고 있나’로 바꾸고 나서야, 비로소 피부가 진정되기 시작했습니다.

TEWL을 높이는 일상 습관

알게 모르게 TEWL을 올리는 습관들이 있습니다.

과도한 세안 — 하루 3회 이상 세안하거나, 세정력이 강한 폼클렌저를 쓰면 피부 표면의 지질이 씻겨 나갑니다. 클렌저의 pH가 피부(약산성, pH 4.5–5.5)보다 높을수록 장벽 손상이 커집니다.

뜨거운 물 — 뜨거운 물에 노출된 피부는 TEWL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Herrero-Fernández et al., 2022). 피부 지질의 조직 구조가 느슨해지기 때문입니다. 샤워는 미지근한 물(32–34°C)이 적당합니다.

실내 난방과 건조 — 겨울철 실내 습도가 30% 이하로 떨어지면 TEWL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가습기를 켜는 것만으로도 피부 장벽에 도움이 됩니다.

각질 관리 과다 — AHA/BHA를 매일 쓰거나, 물리적 스크럽을 자주 하면 각질층이 얇아져 장벽 기능이 떨어집니다.

TEWL을 낮추는 실전 보습법

구멍을 먼저 막고, 그다음 물을 채우는 순서입니다.

하나 — 세안 직후 2분 이내 보습. 세안 후 피부 표면에 수분이 남아 있을 때 보습제를 발라야 합니다. 이 수분이 증발하기 전에 잡아두는 것입니다.

둘 — 습윤 + 밀폐 조합 확인. 사용 중인 보습제에 습윤 성분(히알루론산, 판테놀, 글리세린)과 밀폐/유화 성분(세라마이드, 스쿠알란, 시어버터)이 함께 들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셋 — 세안 횟수와 수온 조절. 특히 장벽이 약하거나 건조한 편이라면, 아침에는 미온수 세안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세정력은 저녁 한 번에 집중하고, 수온은 32–34°C를 지켜보세요.

넷 — 환경 습도 관리. 실내 습도 40–60%를 유지하면 TEWL을 자연스럽게 낮출 수 있습니다.

보습, 결국은 ‘지키는 것’입니다

피부에 좋은 성분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수분을 지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TEWL이라는 렌즈로 보면, 화려한 보습 제품보다 세안 습관을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피부에는 이미 스스로 회복하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힘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거들어 깨우는 것입니다. 그 힘을 방해하지 않는 것 — 그것이 보습의 시작입니다.

References

  1. Kottner, J. et al. (2013). “Transepidermal water loss in young and aged healthy human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rchives of Dermatological Research, 305(4), 315–323.
  2. Li, D. et al. (2025). “A Comprehensive Review: The Bidirectional Role of Sebum in Skin Health.” Bioengineering, 12(12), 1333.
  3. Elgamal, Z. et al. (2024). “Skin Barrier Parameters in Acne Vulgaris versus Normal Controls: A Cross-Sectional Analytic Study.” Clinical, Cosmetic and Investigational Dermatology, 17, 2477–2486.
  4. Purnamawati, S. et al. (2017). “The Role of Moisturizers in Addressing Various Kinds of Dermatitis: A Review.” Clinical Medicine & Research, 15(3–4), 75–87.
  5. Zettersten, E. M. et al. (1997). “Optimal ratios of topical stratum corneum lipids improve barrier recovery in chronologically aged skin.”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37(3), 403–408.
  6. Herrero-Fernández, M. et al. (2022). “Impact of Water Exposure and Temperature Changes on Skin Barrier Function.”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11(2), 298.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Naeun Kim

Naeun Kim

Founder · MFDS-Certified Cosmetics Formulator

피부 트러블을 이겨내려다 성분을 잘못 골라 피부를 망친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회복의 과정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장벽 회복을 중심에 둔 포뮬러를 직접 조제하고 설계합니다. 없는 것을 채워 다른 피부로 만들기보다, 당신만의 최적점에서 본래의 기능을 깨우는 한 병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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