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A·BHA와 나이아신아마이드, 같이 써도 괜찮을까
산이 나이아신아마이드를 무력화한다는 통설은 1962년 가열 실험에서 나왔습니다. 그 연구가 실제로 잰 것과, 두 성분을 같은 루틴에서 쓸 수 있는 이유.

글라이콜릭애씨드·락틱애씨드·살리실릭애씨드 같은 산성 성분과 나이아신아마이드는 일상적인 사용에서 같이 써도 괜찮습니다. 산성 성분을 쓰는 날에도 나이아신아마이드는 평소처럼 함께 써 주세요. 산성 성분이 나이아신아마이드를 '나이아신'으로 바꿔 얼굴이 붉어진다거나, 서로의 pH가 어긋나 둘 다 효과가 사라진다는 말은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나이아신으로 바뀐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나이아신아마이드는 비타민 B3의 한 형태로, 조건에 따라 '나이아신'(니코틴산)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다만 상온에서는 아주 느리게 바뀝니다. 이 반응을 자세히 잰 1962년 연구도 반응 속도를 재려고 용액을 높은 온도로 가열해야 했습니다(Finholt·Higuchi, 1962).
같은 연구에서 이 전환은 약산성에서 중성 사이, 곧 피부와 스킨케어가 머무는 pH에서 가장 느렸습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나이아신으로 빨리 바뀌는 조건은 강한 산·염기와 높은 열, 긴 시간으로, 세면대보다 실험실에서나 만들어집니다.
피부 위에서도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바뀔까
피부에 바른 제품은 체온과 비슷한 온도이고, 다음 제품을 덧바르기까지도 몇 분이면 됩니다. 스킨케어용 산성 성분은 보통 pH 3~4 수준이고 닿아 있는 시간도 짧습니다. 체온에서 몇 분 닿는 정도로는 나이아신아마이드가 의미 있는 양만큼 바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는 넓은 pH에서 안정적이고 피부 자극도 적습니다(Wohlrab·Kreft, 2014).
산성 성분의 작용도 그대로입니다. 글라이콜릭애씨드·락틱애씨드·살리실릭애씨드는 pH가 낮을 때 '유리산' 형태가 늘며 작용합니다(Kornhauser 외, 2010).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위에 올린다고 그 작용이 꺼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피부 표면은 평균 pH 5 미만의 약산성입니다(Lambers 외, 2006). 잠시 흐트러진 산도도 시간이 지나면 돌아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아신 홍조는 어떻게 생길까
얼굴이 붉어진다는 걱정은 '나이아신 홍조(flush)'에서 나왔습니다. 니코틴산이 혈관을 넓히며 생기는 실제 반응입니다. 나이아신 홍조는 주로 니코틴산을 먹었을 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체온 정도의 피부 위에서는 니코틴산이 의미 있게 생긴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산성 성분을 바른 직후 나이아신아마이드를 곧바로 겹쳐 올리면 따끔하거나 화끈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이 따끔함은 한 번에 여러 활성 성분을 올렸을 때 흔히 생기는 일시적 자극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성분이 '나이아신으로 바뀌어서' 생기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같이 쓸 때 정말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두 성분이 서로를 망친다는 걱정은 내려놓아도 됩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와 산성 성분을 함께 쓸 때는 강한 활성 성분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겹쳐 쓰지 말아 주세요. 강한 활성 성분을 여러 개 겹치면 그만큼 피부 장벽이 받는 부담도 커집니다. 여러 활성 성분을 겹칠 때 나타나는 신호가 궁금하시다면 세럼끼리 충돌하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법을 다룬 글을 봐 주세요.
흔히 ‘산성 성분을 바르고 20~30분은 기다렸다가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올리라’고 하지만, 체온에서 몇 분 사이에 전환이 의미 있게 일어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혹시 피부가 예민해 따가움이 신경 쓰인다면 산성 성분을 바른 뒤 1~2분 두거나 두 성분을 아침·저녁으로 나눠 주세요.
두 성분을 갈라놓느라 단계를 늘릴 필요도 없습니다. 단계를 줄여도 되는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스킨케어 10단계가 필요 없는 과학적 이유」 글을 봐 주세요. 필요한 활성 성분을 알맞은 pH로 함께 담는 까닭은 「활성 성분을 한 병에 담는 이유」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오늘 해볼 수 있는 것
- 산성 제품을 쓰는 날에도 나이아신아마이드를 빼지 말고 발라 주세요. 그리고 바른 뒤 붉어지거나 따가운지 봐 주세요. 혹시 붉어짐이 며칠 이어진다면 피부과 진료를 받아 주세요.
- 발랐을 때 따갑다면 활성 성분을 하나 덜어내 주세요. 그리고 다음 날 같은 자리에서 따가움이 줄었는지 봐 주세요. 혹시 활성 성분을 덜어낸 뒤에도 따가움과 붉어짐이 계속된다면 피부과 진료를 받아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참고 문헌
- Finholt, P., & Higuchi, T. (1962). "Rate studies on the hydrolysis of niacinamide." Journal of Pharmaceutical Sciences, 51, 655–661.
- Wohlrab, J., & Kreft, D. (2014). "Niacinamide – mechanisms of action and its topical use in dermatology." Skin Pharmacology and Physiology, 27(6), 311–315.
- Kornhauser, A., Coelho, S. G., & Hearing, V. J. (2010). "Applications of hydroxy acids: classification, mechanisms, and photoactivity." Clinical, Cosmetic and Investigational Dermatology, 3, 135–142.
- Lambers, H., Piessens, S., Bloem, A., Pronk, H., & Finkel, P. (2006). "Natural skin surface pH is on average below 5, which is beneficial for its resident flora." International Journal of Cosmetic Science, 28(5), 359–3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