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표에서 ‘세라마이드’를 보면 하나의 성분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세라마이드는 원래 한 종류가 아닙니다. NP, AP, EOP처럼 뒤에 붙는 알파벳은 등급이나 마케팅 표기가 아니라, 그 세라마이드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적어 둔 이름입니다. 이 이름을 읽을 줄 알면, 왜 ‘세라마이드를 넣었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지가 보입니다.
세라마이드는 원래 여러 종류입니다
피부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은 흔히 벽돌과 회반죽에 비유됩니다. 납작한 각질세포가 벽돌이라면, 그 사이를 메우는 지질이 회반죽입니다. 이 회반죽은 크게 세 가지 지질 —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 으로 이루어지고, 그중 세라마이드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합니다 (Coderch et al., 2003).
그런데 이 세라마이드는 단일 물질이 아닙니다. 사람 각질층에서만 수백 종에 이르는 세라마이드가 확인되고, 이들은 다시 몇몇 종류로 묶입니다 (Masukawa et al., 2008). 우리가 ‘세라마이드’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것은 사실 한 무리의 지질입니다. 그래서 종류를 구분해 읽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이름 읽는 법 — 앞글자와 뒷글자
세라마이드 이름은 두 부분으로 읽습니다. 세라마이드는 지방산 한 조각과 ‘스핑고신’이라는 뼈대가 결합한 구조인데, 이름의 앞글자는 지방산의 종류를, 뒷글자는 뼈대의 종류를 가리킵니다.
- 앞글자(지방산): N은 평범한 지방산, A는 한쪽 끝에 수산기(–OH)가 하나 더 붙은 알파–하이드록시 지방산, EO는 아주 긴 지방산 끝에 또 다른 지방산(주로 리놀레산)이 에스터로 매달린 형태입니다.
- 뒷글자(뼈대): S는 스핑고신, P는 파이토스핑고신, H는 6–하이드록시스핑고신입니다.
그래서 NP는 ‘N 지방산 + 파이토스핑고신(P)’, AP는 ‘A 지방산 + 파이토스핑고신(P)’, EOP는 ‘EO 지방산 + 파이토스핑고신(P)’입니다 (Masukawa et al., 2008). 예전에 쓰던 숫자 이름(세라마이드 3, 6II 같은)을, 구성 성분이 드러나는 알파벳 이름으로 바꿔 적은 것뿐입니다.
NP, AP, EOP는 각각 무슨 일을 하나요
이름이 다르면 하는 일도 조금씩 다릅니다. 세 가지를 나란히 보면 이렇습니다.
- NP(예전의 세라마이드 3)는 각질층에 가장 흔한 세라마이드로, 지질 층을 촘촘히 채우고 수분을 붙잡아 두는 구조적 역할을 합니다 (Masukawa et al., 2008). 화장품에 가장 널리 쓰이는 종류이기도 합니다.
- AP(예전의 세라마이드 6II)는 앞글자 A가 말해 주듯 수산기가 하나 더 있어, 층과 층 사이를 잡아 주는 결합점이 늘어납니다. 그만큼 지질 배열을 단단히 여미는 데 관여합니다.
- EOP는 조금 특별합니다. 아주 긴 사슬 끝에 리놀레산이 매달린 ‘아실세라마이드’로, 여러 지질 층을 가로질러 이어 주는 리벳처럼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Meckfessel & Brandt, 2014; van Smeden & Bouwstra, 2016). 이렇게 이어 주는 구조가 있어야 지질막이 촘촘하고 규칙적으로 쌓여, 물과 자극이 쉽게 통과하지 못하는 장벽이 됩니다.
장벽이 흔들리면 세라마이드도 달라집니다
세라마이드가 왜 중요한지는, 부족할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보면 분명해집니다. 피부가 건조하거나 장벽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세라마이드의 총량이 줄고, 특히 EO처럼 길게 이어 주는 종류가 함께 감소하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van Smeden & Bouwstra, 2016; Coderch et al., 2003). 회반죽이 성기어지면 벽돌 사이로 물이 더 쉽게 빠져나갑니다.
이렇게 수분이 달아나는 정도를 경피수분손실(TEWL)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보습제를 발라도 당김이 가시지 않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표면에 물을 얹는 것만으로는, 성기어진 지질 짜임 자체가 채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세라마이드가 최고냐’는 질문이 아닙니다
여기까지 보면 ‘NP가 제일 좋은가, EOP가 든 제품을 찾아야 하나’ 궁금해집니다. 그러나 피부는 어느 한 종류만으로 장벽을 세우지 않습니다. 세라마이드는 콜레스테롤·지방산과 한 세트로, 일정한 균형 속에서 층을 이룹니다. 장벽 회복을 다룬 연구에서도 세 지질이 고루 갖춰졌을 때 회복이 정상적으로 일어났고, 한두 가지만 넣으면 오히려 회복이 늦어지기도 했습니다 (Man et al., 1996). 중요한 것은 ‘가장 센 세라마이드 하나’가 아니라, 필요한 지질이 알맞은 비율로 함께 있는지입니다.
그래서 좋은 케어는 세라마이드를 무작정 많이 얹는 일이 아닙니다. 피부가 본래 쌓는 지질의 짜임을 존중하며, 필요한 것만 정확한 비율로 함께 담는 일입니다. 세라마이드가 다시 채워지고 장벽이 제 결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을 앞당기는 것 역시 양이 아니라 정확한 구성입니다.

오늘 해볼 수 있는 것
세라마이드 종류를 다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성분표를 볼 때 한두 가지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 ‘ceramide NP·AP·EOP’처럼 여러 종류가 함께 적혀 있다면, 한 종류만 많이 든 것보다 짜임을 갖췄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 세라마이드만 찾기보다, 콜레스테롤과 지방산이 함께 든 제형인지 살펴보세요.
- 새 제품은 한 번에 하나씩, 며칠 동안 피부의 반응을 지켜보며 들여 보세요.
오늘 성분표에서 당신이 찾은 것은, 더 많은 세라마이드였을까요, 더 알맞은 짜임이었을까요.
자주 묻는 질문
참고 문헌
- Masukawa, Y., Narita, H., Shimizu, E., Kondo, N., Sugai, Y., Oba, T., Homma, R., Ishikawa, J., Takagi, Y., Kitahara, T., Takema, Y., & Kita, K. (2008). “Characterization of overall ceramide species in human stratum corneum.” Journal of Lipid Research, 49(7), 1466–1476.
- Coderch, L., López, O., de la Maza, A., & Parra, J. L. (2003). “Ceramides and skin function.”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Dermatology, 4(2), 107–129.
- van Smeden, J., & Bouwstra, J. A. (2016). “Stratum Corneum Lipids: Their Role for the Skin Barrier Function in Healthy Subjects and Atopic Dermatitis Patients.” Current Problems in Dermatology, 49, 8–26.
- Meckfessel, M. H., & Brandt, S. (2014). “The structure, function, and importance of ceramides in skin and their use as therapeutic agents in skin-care product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71(1), 177–184.
- Man, M. Q., Feingold, K. R., Thornfeldt, C. R., & Elias, P. M. (1996). “Optimization of physiological lipid mixtures for barrier repair.”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106(5), 1096–1101.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